[단독] 윤석열 정부 '문화재청', 수상한 상품권 거래...'낙찰 9위' 순천 영세서점과 계약
낙찰순위 9위인데 최저가 제치고 최종계약, 연이어 경호처와도 거래..."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

지난 윤석열 정부의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직원 격려용 상품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전남 순천시의 한 영세 서점과 약 7800만원 규모의 수상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업체는 직후 대통령경호처의 4200만원 상당의 계약도 따냈다. 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아사진미디어>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지난 2023년 1월~3월 문화재청과 대통령경호처의 상품권 구입 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3년 1월 31일 '2023년도 직원 생일 지원 상품권 구입' 관련 물품 조달 공고를 게시했다. 계약 방법은 제한경쟁입찰로, 입찰에는 총 19개 업체가 참여했다.  
문제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1위 업체가 아닌 9순위 업체인 순천 A사가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상품권과 같이 특수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일반 물품을 조달하는 경우 최저가 업체가 낙찰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와 거리가 먼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화재청과 계약한 날, 경호처도 상품권 구매 공고...최저가 제시해 계약 성사 

또한 문화재청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1~8위 업체에 대한 부적격 사유도 명시하지 않았다. 응찰 업체 중 낙찰 하한선에 미달하거나, 면허 유효 기간이 경과한 3개사에 대해서는 이처럼 부적격 사유를 정확히 고시했는데, 1~8위 업체에 대한 사유는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1~8위 업체들의 '비고'란에는 '정상'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었다. 문화재청은 A사와의 계약 근거로 '판로지원법 시행령(중소기업 지원)'을 제시했지만, 해당 입찰 결과 1위에 오른 업체 역시 중소기업이었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행위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A사는 2023년 3월 9일 문화재청과 7875만원 상당의 상품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직후 A사는 대통령경호처와의 상품권 판매 계약도 따냈다. 문화재청과의 상품권 계약이 성사된 3월 9일, 경호처에서도 '격려용 상품권 구매' 공고를 게시했다.  
특정 업체를 정한 뒤 계약하는 '수의계약' 형태로 공고를 냈지만, 입찰은 진행됐다. 이에 8개 업체가 응찰했고, 최저가를 제시한 A사가 계약을 따냈다. 2023년 3월 24일 A사는 대통령경호처와 4254만원 규모의 상품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면밀한 조사 필요"

지역에 있는 영세 서점인 A사가 문화재청과 대통령경호처라는 중요 국가기관의 조달 계약을 연이어 따내면서 벌어들인 금액은 총 1억2129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는 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아사진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통상 선순위 업체에 탈락 사유가 있으면 순위가 조정돼 후순위에 있던 업체가 1순위로 올라 낙찰자로 결정된다"며 "심지어 불공정 입찰의 경우에도 보통 들러리 업체들을 4~5위로 만들고, 특정 업체를 1위로 만드는데, 이 경우 이미 9위로 확정이 된 상황이라 굉장히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순위가 정해지면 낙찰이 끝나고, 낙찰자가 정해진 뒤 적격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후순위 업체가 선정되지 않고 재입찰을 진행한다"며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입찰 절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1~8위 업체들이 선정되지 못한 사유가 부적절하다면 국가계악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 뛰어든 8개 업체가 가격 때문에 계약 포기? 국가유산청도 "이례적"

국가유산청은 선순위 업체들이 계약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8위 업체들이 가격 부담으로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고란에 '정상'으로 표기된 이유는 현재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8명이나 계약을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이긴 하다"고 말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도 "해당 계약은 법과 규정에 따라 체결했다"고 밝혔다.  
A사는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다. A사 대표 김아무개(가명)씨는 "정상적으로 입찰해 계약을 따낸 것으로, 상위 1~8위 업체들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며 "아무런 문제 없이 계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와 배우자 김건희씨는 지난 2023년 3월 31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바 있다.  
또 해당 박람회를 둘러싸고 최근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8일 '김건희 특검 요청 범순천시민연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람회 문화 행사에 약 92억원 규모로 3개사가 최종 낙찰됐다"며 "하지만 실제 문화 행사 관련 최종 집행액은 117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며, 입찰 과정과 집행 내역 모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해당 문화 행사의 총연출 감독으로 김건희 비선 측근으로 알려진 한아무개 감독이 위촉된 점은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며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성 배정과 공공사업의 사유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