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조경태 단일화 불발, '극우와의 이별' 마지막 골든타임 놓쳤다
[분석] 한동훈·이준석 지지에 '결집 효과' 노릴 만했지만..."혁신의 문 닫은 것"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조경태 후보의 단일화가 최종 불발됐습니다. 국민의힘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추종 세력인 이른바 '윤어게인'과 결별할 마지막 기회를 끝내 놓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20일 안철수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경태 후보와의 단일화 불발 배경에 대해 "(조경태 후보가) 저에게 전화 한 통 없었고, 문자 한 통 없었고, 지나가며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 한마디가 없었다"며 "언론을 통해서만 계속 언론 플레이를 했다. 이런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선거 공학적인 요소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참담하기만 하다. 윤어게인을 추종하며 '극단 세력' 전한길 씨를 공천하겠다고 하는 분 (등이 있다)"며 "이러한 분들이 국민의힘을 대표해도 되겠나.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 정말 폭망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22일 국민의힘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당대표 후보 중 '당심'으로는 현재 '친전한길계'로 분류되는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안철수 "이대로면 내년 지방선거 폭망...승리할 길은 '상식의 회복'" 
2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는 조경태(20%), 김문수(14%), 안철수(11%), 장동혁(1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선 장동혁(33%), 김문수(30%), 안철수(8%), 조경태(7%)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일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당 지지층 중에선 장동혁(35.3%), 김문수(33.3%), 조경태(10.1%), 안철수(9.2%) 등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합니다. 단순 합산으로만 봐도, 안철수·조경태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됐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단단한 지지층을 확보한 인사들이 '반전한길계' 후보들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반전'을 노릴 여지는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동훈·이준석, '반전한길계' 지원 사격 나섰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투표했다. 조용히 상식의 힘을 보여달라"고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친한동훈계'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자신과 조경태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상식의 힘"이라고 적었는데요.  
그런데 한동훈 전 대표는 앞서 안철수 후보와도 조우했습니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 취임식에 함께 참석한 것입니다. 또 두 사람이 지난 7월19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나 "국민의힘이 '윤어게인',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당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대화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반전한길계' 후보들에 대해 한동훈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두루 지지 의사를 표명한 셈이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공개적으로 또렷하게, 안철수 후보 지지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그는 페이스북에서 "계엄 사태 이후 안철수 의원의 위기의식과 메시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옳고 강하다"며 "며칠 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윤미향 (전 의원) 사면 반대 현수막 들던 그 모습, 제가 사진으로 찍었다. 안철수 의원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DASH(질주) 안철수!"라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겁니다.  
만약 지지층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돼 있지 않았던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다면, 두 후보 지지 인사들의 지지 세력을 활용한 '결집 효과'를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특히 두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 비토 감정이 크지 않았던 만큼,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무리 없는 표 결집이 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한동훈 불출마, 안-조 단일화 불발..."혁신의 문 닫아버린 것"
하지만 안철수·조경태 후보 단일화가 최종 불발되면서,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과 결별할 가느다란 가능성마저 사실상 닫혀버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1일 <아사진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몇 가지 변곡점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한동훈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혁신 전대'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번이 두번째 변곡점이었는데, (단일화 불발로 혁신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오는 22일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가 실시됩니다. 이 경우 최종 당대표 당선자는 오는 26일 확정됩니다.  
한편, NBS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18∼20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또 조원씨앤아이 조사의 경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6~18일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로 이뤄졌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