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선후보 바꿔치기' 권영세 징계 못 한 국힘, 도로 '친윤당'?
윤리위 "당시 비상 상황, 사적 이익 위한 걸로 보기 어려워"

국민의힘이 21대 대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려 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을 징계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비상 상황이었고, 비대위원장직과 사무총장직 사퇴로 정치적 책임을 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11일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여상원 위원장은 "당이 조금이라도 대선에서 어떻게든 잘 싸워보겠다고 한 걸 가지고, 법적인 책임으로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결론 지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문수 당시 후보가 애초 약속과 달리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이 후보 교체 시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상원 위원장은 "저희는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후보와 양강 대결을 벌일 때 후보 단일화를 기치로 내걸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고 봤다"며 "그렇지만 김문수 후보가 5월3일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된 뒤에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보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벌써 선거 운동 중이고, 여론 조사 상 당선이 거의 유력시됐는데,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조차 못 해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겠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새벽 3시 한덕수로 대선후보 교체한 국힘 지도부, 징계는 없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윤리위원들도 '조금 러프하고, 터프하다' 이런 생각을 했지만, '당시 상황이 비상 상황이었고 아주 힘든 상황이었다,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두 사람이 사적 이익을 위해 이런 변경 건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비대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시간을 약 4달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5월3일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당 대선후보로 선출됩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다음 날, 당 선거대책위원회 내에 한덕수 당시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악화했죠. 이후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가 공개 회동 등 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결렬됐습니다.  
그런데 5월10일 새벽 1시쯤 국민의힘이 김문수 후보 선출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공고문을 통해 "당헌 제74조의2 및 대통령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제21대 대통령후보자의 선출 취소를 공고한다"고 알렸습니다.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과 관련한 사항을 당 선거관리위원회 심의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한다'는 당헌을 근거로 들었죠. 당에선 앞서 5월7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2.82%가 '두 사람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 '상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당내 감사위도 "불법" 지적했지만...도로 '친윤당'?

이어 새벽 2시쯤에는 국민의힘 사이트에 대통령 후보자 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제출 기간은 당일 새벽 3시부터 새벽 4시까지 1시간으로, 총 32개의 서류를 국회 본관으로 시간 내 현장 제출하라고 공고했습니다. 이어 새벽 3시20분쯤 한덕수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입당에 성공합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도 완료했죠.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5월10일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고,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결국 부결됐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5월11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방문해 후보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7월25일 '후보 교체 시도'가 명백한 불법이었다며 윤리위에 권영세 전 위원장과 이양수 전 총장에 대해 당원권 3년 정지의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당시 당무감사위는 후보 교체에 대해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는 불법한 행위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윤리위는 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 시도'를 저지른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를 회피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유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장동혁 대표가) 여의도 가니까 또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석열당', '친전한길당'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