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장동혁의 무리수 "대장동 덮기 위해 한미 팩트시트 발표"
'한국이 트럼프 압박' 취지 주장? 20%대 국힘 지지율, 더 떨어질까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해 급박하게 준비했다는 느낌마저 드는 알맹이 없는 발표에 불과했다. 팩트시트가 아니라 '백지시트'였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와 안보 분야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한 발표"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여권에 불리한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무리한 주장을 내세운 겁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약 7개월 남은 상황에서, 20%대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4일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규탄 현장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대미 관세 협상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완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총론적 합의에 그치고 있으며, 미국 측이 원하는 대로 모두 들어준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트럼프의 무역 협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깜깜이 협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왜 그토록 국회의 비준을 꺼렸는지 그 이유가 고스란히 담긴 발표였다"면서 정부가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무리수를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내부에서 빨리하라는 압박이 힘들었다. 발목을 잡아서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며 "이런 발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을 내부 압박과 정쟁으로 돌리는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빨리 합의해라' 참으로 힘들었다"

이날 오전 직접 팩트시트 발표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하면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 빨리빨리 들어줘라'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그런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가기 위한 능동적·적극적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 국제 질서 재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길 바란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간 협상을 서두를 것을 종용한 야권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 메시지를 낸 것입니다.
실제 지난 3일 장동혁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가 바로 이재명 정권의 실용 외교였다"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시트도,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모든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고, 정상 간 서명까지 마쳤다. 미국과 중국 간 팩트시트도 공개됐다"며 "우리 정부는 합의 사항을 왕관에 새기고, 야구 배트에 찍힌 도장으로 서명을 끝낸 것인가.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칼에 찔려 죽는 거, 총 맞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야구 방망이는 그토록 두렵다고 한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5500억달러 투자' 일본 협상 추켜세운 장동혁
한미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에 합의했는데, 5500억달러 규모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미일 협상이 더 빨리 이뤄졌다는 이유로 불만을 터트린 셈입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개발의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30년 넘게 이어온 숙원 사업이었는데, 이번 협상을 통해 물꼬를 텄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는 "백지시트"라며 이를 평가절하한 것입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서면브리핑에서 "장동혁 대표가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에 대해 '백지시트' 운운하며 협상 성과를 깎아내린 것은, 국익보다 정쟁을 앞세우는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국익을 위한 외교적 협상 결과를 정략적으로 폄훼하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미 투자 구조 개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 경제·안보 전반에 걸친 협력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를 두고 '알맹이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부정하면서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비판에 앞서 본인의 '부동산 팩트시트'부터 당당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야권이 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정부가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장동혁 대표는 '국회 비준 패싱을 강행하려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회 검증을 피하려 한다는 가짜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투명한 절차를 통해 협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필요성을 또다시 강조했습니다. 16일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비준을 회피한다면,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드러날 세부 내용과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협상은 반드시 국회 비준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지시트" 발언 전에도 국민의힘 지지율 20%대 고전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협상이) 한미 양국 간 MOU(양해각서) 형식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며 "원칙적으로 조약은 비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정한 형식의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MOU에 대해 관련 법률의 통과가 기업의 부담과 시간상 연계돼 있어서 속히 처리할 부분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비준을 받게 되면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 있는데,이 경우 관세 인하도 늦어져 기업들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얘기입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약 7개월 남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조사보다 4%p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24%로 집계됐습니다. 직전보다 2%p 감소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조선혜 대표기자 tjsgp7847@naver.com
관련 영상: https://youtu.be/nq9BckEAq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