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 조달 시스템 붕괴' 의혹,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비리 전모 밝혀지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2일 발부됐습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또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3일 '대통령 관저 공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실내건축공사 업체 21그램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스모킹건'으로 지목돼 온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밤 늦게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건진법사 청탁)로 청구된 김건희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재판부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들었습니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 7일 특검법이 명시한 16가지 수사 대상 가운데 우선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건희씨는 지난 6일 첫 소환조사에서 혐의에 대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 등 취지로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씨는 지난 4월 4일 윤석열씨 파면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고,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수사기관에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김건희씨를 둘러싼 총 16개 의혹(삼부토건 주가 조작,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 개입 등)에 대한 수사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업체 '수의계약', 김건희 개입 여부 드러날까 

이 가운데 특히 대통령 관저·집무실 공사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특검팀은 13일 언론 공지를 통해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비리를 넘어, '혈세 낭비와 공공조달 시스템 붕괴'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법조·정치권 일부에선 관저·집무실 의혹이 가장 중대하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윤석열 정권에 균열을 일으킬 스모킹건'이라는 취지로 평한 바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22년 5월 25일 행정안전부는 실내건축공사 업체 '21그램'과 12억 2400여만원에 대통령 관저 내부(인테리어) 공사 시공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습니다. 지난 2015년 6월 설립,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21그램'은 실내건축공사업·인테리어디자인업 등을 영위하는 소규모 공사업체입니다.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 공시기준 공사실적평가액은 17억원이며, 기능사 3명, 기사 1명 등 기술자 수는 4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1그램'은 김건희씨가 설립하고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과 2018년 주최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업체입니다. 이 때문에 그간 관저 공사 수의계약 업체를 지정하는 데 김건희씨와의 친소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외 영세 건축설계·감리업체와 인테리어 시공업체,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전기공사업체 등 관저·집무실 공사 업체에 대한 수사와, 관저 내 드레스룸·사우나 설치 의혹에 대한 수사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7일 김오진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21그램' 추천자를 묻는 말에 "기억이 안 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건희씨가 추천했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 없다"고 했습니다.  
구속으로 증거인멸 등 가능성 차단, 16개 의혹 수사 속도 붙나

하지만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라는 '가급'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공사 계약을 소규모 업체들이 일제히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대통령 관저·집무실 이전 비용이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1조원대까지 추정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특검이 이와 관련해 김건희씨의 개입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편, 김건희씨는 2010∼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통정거래를 비롯해 고가매수주문, 물량소진주문, 허수매수주문 등 총 3700여차례의 이상 매매 주문을 통해 총 8억1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입니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다수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고, 법원은 김건희씨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김건희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김건희씨와 관련해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4·10 총선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있습니다. 특검은 윤석열씨와 김건희씨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0대 대선 중 2억7000여만원에 해당하는 여론조사 58건을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창원 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도록 개입한 걸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김건희씨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쪽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청탁받고 800만·12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