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세입자 수'만 확인 가능..."주민등록법·중개사법 등 개정 필요"

전세나 월세 계약 고민하시는 분들, 혹시 들어가려는 건물에 딸린 총 전월세 보증금 액수 얼마인지 아십니까? 이걸 아는 게 왜 중요하냐고요? 혹시라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않을 경우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총액을 주민센터 등에서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전세사기로 지난 2년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집주인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뒤 갚지 못해 건물이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여러 청년 피해자가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일도 있었죠. 이에 전월세 기피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수도권 집값이 더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전월세 계약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대비하는 게 좋을까요? 근본적으로는, 집주인 건물에 잡힌 은행 등 금융회사의 근저당 액수와 앞서 진행된 전월세 계약 시점, 보증금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있거나, 집 가격에 비해 총보증금액이 너무 많다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전월세 보증금 총액수를 서류상으로 확인할 길은 사실상 없습니다.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서 뗄 수 있는 '전입세대확인서'에는 전입일자까진 나오지만, 보증금 액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세입자가 몇 명인지 정도만 알 수 있는 상황이죠.  
"주민센터서 발급 가능한 '전입세대확인서'에 보증금 액수 써야" 
보증금 액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확정일자부여기관'이 작성하는 '확정일자부'에 적혀있는데, 이 기관의 범위가 주민센터~공증인 등으로 너무 넓어 현실적으로는 발급받기 어렵습니다.  
확정일자부는 읍면동 주민센터 또는 시군구 출장소, 지방법원 및 그 지원과 등기소 또는 공증인법에 따른 공증인 등이 발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서류를 통합해서 관리·발급하는 주체가 없어, 최악의 경우 공증인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죠.  
이 때문에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8일 <아사진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주민등록법과 공인중개사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확정일자부는 뿔뿔이 흩어져 있어 발급받기 어려운데,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즉시 출력 가능한 전입세대확인서에 보증금 액수도 기재한다면 세입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주민등록법 제29조의2 제1항에는 '세대주와 주민등록표상 동거인의 성명과 전입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이하 "전입세대확인서")'라고 돼 있습니다. 이를 '세대주와 주민등록표상 동거인의 성명과 전입일자, 차임 및 보증금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이하 "전입세대확인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고려한다면 '차임'은 제외하고 '보증금'만 추가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장 중개사 설명입니다. 또 이에 맞춰 공인중개사법, 임대차보호법도 개정하면 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소액 임차인' 기준 시끌, 근본적인 해법은...

이렇게 된다면, 예비 세입자들이 총 근저당과 보증금 액수를 따져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전월세 보증금을 떼일 염려를 덜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지난 7월18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사기 피해 구제책과 관련해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 기준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소액 임차인'에 대한 판단 시점을 현행법상 '은행 등이 해당 건물에 대해 최초로 근저당을 설정한 날'에서 '임대차 계약 시점'으로 변경하면 전체 임차인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한편, 선순위 임차인은 이전보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세입자가 보증금 총액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 등을 개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은 "전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보증금 규모가 무분별하게 공개될 경우 세입자 간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공인중개사만 발급할 수 있게 하거나, 임대인이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