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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서사로 창당 이룬 조국, '가해자 동조' 이미지로 추락 위기

아사진미디어 2025. 9. 10. 11:36

당내 성폭력 피해자 반대에도 비대위원장 추대 가닥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출처: 조국 페이스북)


조국혁신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당내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당 지도부가 비판 끝에 총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요.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요?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이 성폭력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며 피해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한 것입니다. 

강미정 전 대변인은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1명은 지난달 당을 떠났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위원장은 지난 9월1일 제명됐다.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며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 오늘 이 목소리가 또 다른 침묵을 깨우는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 김선민 전 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측과 협의한 외부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했다"며 "시당위원장 제명은 성비위 등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기름 부은 조국의 "비당원" 발언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출처: 강미정 페이스북)


조국 원장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강미정 전 대변인은 "조국 원장이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이 편지로 소식을 전했고, (사면돼) 나온 후에도 피켓 등으로 자세히 전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의) 입장 변화가 없었고, 조국 전 대표에게도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 의사를 밝힌 당일 늦은 오후 조국 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과적으로, 기름을 더 부어버린 셈이 돼버렸습니다. 

그가 "수감 중 수많은 서신을 받았다. 피해자 대리인이 보내준 자료도 있었다. 그렇지만 당에서 조사 후 가해자를 제명 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며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비당원인 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고 한 것입니다. 

당의 실질적인 '대표 얼굴'인 조국 원장이 '당원이 아니어서 개입하기 어려웠다'는 논리를 펼치자, 오히려 논란은 더욱 확산했습니다. 

'2차 가해' 비판을 받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7일 오전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황현선 전 혁신당 사무총장도 같은 날 오전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누가 됐든 당에서 강미정 전 대변인에 비공개 연락했어야"

 

김선민 전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출처: 김선민 페이스북)


이어 같은 날 오후 혁신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게 됩니다. 김선민 전 당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 회복을 위해 저와 최고위원 전원은 물러난다"며 "대응 미숙으로 동지들을 잃었다.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당내에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표하기 전 직접 사과가 없었음을 강하게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미숙 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지난 8일 JTBC '장르만여의도'에서 "강미정 전 대변인에게 2차례, 3차례 전화했는데 안 받는다, 이런 게 언론에 나오지 않나"라며 "성범죄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얼굴을 내밀고 커밍아웃을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단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날 기자회견 한다는 게 알려졌는데, 누가 됐든 당에서 전날 강미정 전 대변인한테 연락이 왔어야 한다 생각한다"며 "그런데 문제가 되고 나니 연락을 주지 않나. 그런데 그것을 왜 공개적으로 하나? 그런 건 비공개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적극적인 지지자들에겐 강미정 전 대변인을 공격할 빌미가 된다"며 "본인이 원할 땐 안 들어주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다 포기한 사람한테 계속 전화한다는 건 폭력이라 생각한다"고 일갈했습니다. 

혁신당은 지도부 총사퇴로 비대위 체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간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조국 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9일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혁신당 의원 다수는 조국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당무위원회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국 원장이 지금 시기에 나서면 (당이나 개인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다수의 의견은 당의 주요 리더로서 그런 어려움을 책임지고 헤쳐나가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들이 조국 원장의 비대위원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문서답'을 보였습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서왕진 원내대표는 "피해자를 만나서 위로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고, 당에 복귀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기 때문에 비대위가 구성되는 노력을 충실하게 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혁신당은 오는 1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조국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선출하는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2달 뒤 전당대회인데 비대위원장도?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출처: 조국 페이스북)


혁신당의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는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조국 원장은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당원 자격을 잃었다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뒤 지난달 21일 복당했는데요. 

조국 원장이 당대표에 출마하게 된다면, 그 사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되더라도 남은 시간은 약 2달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약 10명에 이른다는 진술도 있었던 만큼, 사건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개월이라는 시간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얘기입니다. 

전당대회 일정 변경 가능성은 안갯속입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일정 변경은 아직 논의한 적 없다"면서도 "비대위가 구성돼 새로 논의하면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기 전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당대표의 경우 조국 원장에 대한 추대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요. 더불어 애초 조국 원장이 복당할 당시 9월 중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계획했다면, 사태 수습 시기가 더 당겨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사태 수습의 키는 조국 원장이 쥐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입니다. 서둘러 당대표에 올라 안정적인 리더십을 획득한 뒤 사태 해결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죠.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직에 올라 여러 수모를 겪으며 '피해자' 서사를 구축한 뒤 신당 창당까지 이뤄낸 조국 원장. 하루에도 수차례 사진과 글이 올라오던 그의 SNS에는 강미정 전 대변인 탈당 이후 적막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침묵으로 '가해자 동조' 이미지가 덧씌워질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조국 원장의 다음 행보, 지켜볼 일입니다. 

 

관련 영상: https://youtu.be/_qCENOWMl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