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비판에도 관람 강행, 제주4·3단체 "극우 민심만 살피는 정당" 규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이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추석 연휴 중 제주 4·3사건 폄훼·왜곡 논란에 휩싸인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을 관람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서 영화 '건국전쟁2' 관람을 앞두고 김덕영 '건국전쟁2' 감독을 만나 제작 배경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역사적 사실 자체는 고정돼 있지만 역사적 기록은 고정돼 있지 않다 생각한다"며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인정되지 않으면 역사가 쉽게 왜곡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용기 내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정희용 사무총장, 박준태 비서실장, 서지영·유용원 의원, 청년들도 함께했습니다.  
이어 주진우 의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관람 인증 사진을 남기며 "재난 때 냉부해(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는 K-푸드 홍보고, '건국전쟁2'는 극우라는 일방적 주장에 동의 못 한다"면서 "역사와 문화는 권력을 잡은 자가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상과 표현을 정부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나라! 자유가 숨 쉬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건국 이념"이라며 "내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우는 동안, 우리 청년들은 상영관 정보를 공유해가며 '건국전쟁2'를 지키는 훨씬 큰 전쟁을 하고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건국전쟁5'까지 나오길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공당의 대표가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

제주 4·3 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장동혁 대표는 4·3유족과 시민단체의 정중한 요구를 무시한 채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며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의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했습니다.  
또 "4·3 당시 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을 미화한 영화에 대한 (장동혁 대표의) 감사 표시는 3만의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자, 10만이 넘는 유족의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행위"라며 "4·3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 국회는 계류된 4·3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수만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하는 장동혁 대표는 온 국민이 TV로 내란의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옹호하는 내란당의 대표답게 뻔뻔스럽다.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건국전쟁2',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은 영화일까요? '건국전쟁2' 포스터는 박진경 대령의 옆모습을 크게 확대해 내세우는 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진경은 브라운 대령의 지휘 아래 11연대장에 취임해 본격적인 토벌에 나선 인물입니다.  
통일 정부 건설을 바라며 남한 단독 선거에 반대한 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 무장대의 봉기로 발생했던 1948년 4월3일 제주 4·3 사건은, 단독 선거 추진으로 격화했습니다. 1948년 5월10일,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세우기 위한 총선거가 실시됩니다. 당시 무장대의 거부 투쟁에 다수의 제주 주민이 동조하면서 전국 200개 선거구 중 제주도 2개 선거구는 투표수의 과반수 미달로 무효 처리되죠.  
4·3사건 희생자 최대 3만명 추정...내년 지방선거, 중도층 흡수 포기했나?

이후 미군정은 브라운 대령을 제주지구 사령관으로 임명, 강도 높은 진압 작전을 전개하며 6월23일 재선거를 실시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합니다. 토벌 작전을 수행하던 박진경 연대장은 6월18일 부하에게 암살됩니다.  
5·10총선거에는 김구와 김규식을 비롯한 남북협상 참가 세력과 많은 중도계 인사들이 참가를 거부했고, 이승만과 일부 중도 세력만 출마했습니다. 선거 결과 무소속 85인, 이승만의 대한독립촉성국민회 55인 등이 당선됐고, 이어 제헌의회가 개원합니다. 국회에서는 삼권분립과 대통령중심제, 국회의 간접 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출 등을 요지로 하는 헌법을 만들고,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게 되죠.  
'건국전쟁2'는 4·3사건 이후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거부한 제주 주민들을 토벌하는 작전에 앞장선 이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라는 얘기입니다.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발생한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지난 2024년 기준 1만4822명입니다. 하지만 이는 공식 집계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3년 발간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 당시 인명 피해를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했습니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역사 왜곡'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는 문제적 영화를 공개 관람하며 적극 옹호한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이제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