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입수] 감사원 관저 의혹 감사 회의록...최종보고서엔 '김건희' 키워드 누락

감사원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씨가 대통령 관저·집무실 이전과 공사 관련 비리 의혹에 깊이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를 외부에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사진미디어>는 대통령 관저·집무실 이전과 공사 관련 비리 의혹을 감사한 감사원의 '2024년도 제14회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전격 입수했습니다. 그 내용을 상세히 공개합니다.  
"제일 위험한 것이 뭐냐 하면,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는 문서를 모두 냈어요. 극단적으로 (본부가) 이런 말을 합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사항 때문에 증축 범위를 축소하지 못한다, 그것을 요구하니까 비용 절감(이 어렵다)' 이런 말도 모두 나와요."(조은석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 
지난 2024년 5월10일 열린 감사원 감사위원회의에서 조은석 감사위원이 한 말입니다. 행안부는 사실상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에 대통령과 영부인이 부당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시인했는데, 이런 사항이 감사원 감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한 것입니다.  
해당 회의는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지난 2022년 12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후, 의결을 위해 개최됐습니다. 그러나 조은석 감사위원 등이 감사 과정과 결과에 문제가 있다 지적하면서 의결이 보류됐습니다. 
다른 감사위원도 영세업체이자 무자격업체인 21그램을 대통령 관저 공사 업체로 '누가' 선정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1그램은 김건희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과 2018년 주최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후원한 곳입니다. 영세업체 21그램이 '가급' 국가중요시설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데에 김건희씨와의 친소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21그램 누가 선정? 문답조사 안 했다" 지적에도 결국 조사 배제 

이남구 감사위원은 "그런데 21그램을 누가 선정했는지, 정말 21그램이 그만한 적격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것이 어디에도 안 나온다. 그런 것들이 조사가 안 됐다"며 "제가 제일 의문이 들었던 것은, 21그램이 어떻게 선정됐냐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지금도 어떻게 선정됐는지 관심사다. (그런데) 당시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 TF(태스크포스)에서 내려왔다는 것이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1그램이 적격한 업체였냐는 것에 대한 검증을 아무도 못 했다. 하도급 업체가 들어오는 부분들에 대해 감리가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감리가 그런 부분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며 "그랬는데 정작 21그램에 대해선 우리가 관련자들에 대해 문답조사를 안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서면조사를 하더라도 거기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우리가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 서면조사를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면, 추가 질문이 계속 나가야 한다"며 "그런데 원담종합건설도 마찬가지고, 추가 질문도 없었다"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남구 감사위원은 "적어도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 관계자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문답 조사를 받아보자, 확인이 안 됐던 부분들이 꽤 맞춰질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이뤄졌는지"라며 "모두 21그램이 총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도 21그램 관련자와 김건희씨 등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합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은 "(최재해) 원장님, 누구를 조사를 안 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조사의 원리에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 말씀하신 것은 (조사 대상을 당시 김오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으로 한정해 버린다"고 강력 비판했습니다.  
"잘못하면 감사원 독박" 우려에도 최재해 "전부 조사하면 언제 끝나나"

실제 2024년 9월12일 발표된 감사원의 최종 감사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에 대해 김오진 당시 관리비서관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은석 감사위원은 "감사원이 잘못하면 독박 쓴다는 것이, 벌써 다른 사건에서 이 기간 동안 역술가가 방문했다는 것이 나온다. 객관적으로 노출돼 있는 사실"이라며 "국민감사청구로 돼 있는데 국무회의 절차를 거쳤다, 그것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거쳤다고 내놔버리면 우리 스스로가 검토 보고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하면 정합성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조사 기간의 한계를 언급하며 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없다는 식으로 조은석·이남구 감사위원의 주장을 일축합니다. 최재해 원장은 "조사 범위를 정하자고 제안했던 이유는 감사가 꽤 오랫동안 진행됐고, 국민들도 '빨리 안 나오냐'고 해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여서,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라면서 "조은석 위원이 위원들에게 드렸다는 것을 저도 읽어봤다. 굉장히 많은 부분을 터치하고 있어서, 그것을 전부 조사하라고 하면 이 감사가 언제 끝날지 저도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체로 제일 중심이 되고, 핵심 조사 대상이 돼야 할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에 대해 서면조사만 돼 있고 구체적으로 대면조사가 안 돼 있으니 혹시 가능하다면 그런 것을 통해 조금 더 사실관계를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감사원은 관저 공사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건희씨에 대해선 서면조사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최대 1조 혈세낭비' 청와대 이전은 감사 안 한다? 조은석·이남구 vs. 최재해·이미현

감사 과정에선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 자체는 정책적 판단이므로 감사원 감사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무리한 주장도 나왔습니다. 관저 이전 비용이 최소 517억원에서 최대 1조806억원까지 추산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조은석 위원: 하나 정확하게 해야 할 것이 국민감사청구 제목 자체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대통령 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의 직권남용'으로 해 놨어요. 
이남구 위원: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상하다고 한 거예요. 
조은석 위원: 그런데, 사무처가 검토보고서에 명백히 '관저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위원회에 제공한 문서에 기재해 놓고 위원회가 결정했어요. 그러면 우리는 그대로 이행하는 거예요. 사무처 스스로 그렇게 써놓고, 예를 들면 이것이 과연 정책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어쨌든 입지 선정은 정책이 아닙니다, 정책 수행과 이행 과정이지. 
최재해 의장(원장): 그것은 판단의 영역이니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실 것은 아니고요. 
이남구 위원: 그것은 정무적으로 결정이 됐잖아요. 
이미현 위원: A가 옳냐, B가 옳냐는 것은 정책 판단이지 그것이 어디 무슨 법률에 규정돼 있는 것도 아니고. 
조은석 위원: 정책 판단을 할 때 정확한 검토를 거쳐서 판단하는 것이죠.  
이미현 위원: 검토도 어느 정도 했냐고는 판단하는 자가 하는 것이고요. 다만, 이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법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데 그 절차를 안 거쳤다는 것은 우리가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절차를 거친 것이 확인됐다면, 이 판단이 옳냐 그르냐는 정책 판단이어서, 저희가 감사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조은석 위원: 그러면 정책 판단이라고 당당하게 감사보고서에 쓰세요.  
이런 조은석 감사위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최종 감사보고서에 "관저 이전 대상지가 구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는, 2022년 12월14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부지 선정을 제외한 관저 이전 과정에서 관계 법령에 규정된 필수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는 것으로 의결한 데 따라, 의사결정의 타당성 등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입니다.  
최재해 "조은석이 오버"라고 했지만, 결국 김건희-역술인 13회 통화 드러나

또 조은석 감사위원은 청와대 이전 과정에서 민간인인 역술인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그런데 이 부분은 감사해야 하는 것이 역술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감사를 안 해 버리면"이라고 하자, 이미현 감사위원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여기에서 말씀하시면 곤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은 "사회적으로, 객관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응수했고, 최재해 원장은 "그것은 언론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자 이미현 감사위원도 "그것은 언론에서 떠든 것이지 확인이 안 됐다"고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은석 감사위원은 "우리가 감사 개시를 했기 때문에 그래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고, 김영신 감사위원은 "아무리 읽어봐도 조은석 위원 말씀처럼 안 들린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김인회 감사위원은 "저는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재해 원장은 "조은석 위원이 약간 오버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민간인인 풍수지리 전문가 백재권씨가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간 사실은 지난 2023년 7월 경찰 조사 결과로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 김건희씨 관련 의혹들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시작된 후 관저 이전 시기 김건희씨가 백재권씨와 13차례, 총 4시간26분간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13차례 통화 중 2번을 제외하곤 모두 김건희씨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민간인 김건희씨나 백재권씨가 청와대 이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감사를 포기하고 조사를 종료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최재해 감사원장은 현재에도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이전 및 대통령실 공사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기대합니다. 
관련 영상: https://youtu.be/KWQ97I1VbQ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