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부동산 양도세보다 근로소득세 더 많아..."부동산 가액에 과세해야"
 

집을 팔아서 남긴 돈과, 노동으로 벌어들인 월급 등의 액수가 같을 경우, 서울 초고가 아파트 1채만 가진 사람이 직장인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집을 팔아 비슷한 차익을 남겼더라도, 서울 초고가 1채에 대한 세금이 지역 아파트 10채보다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되, 초고가 아파트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 수가 아닌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등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22일 <아사진미디어>가 현장 전문가 장석호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초고가 아파트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습니다.  
우선, 전용면적 198㎡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를 지난 2015년 6월 약 39억1280만원에 취득한 뒤 2025년 7월 약 187억원에 매도한 경우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을 살펴보겠습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팔아 147억 벌어도 양도세는 고작 '12억' 
 

단순히 판 가격에, 살 때 당시 가격을 뺀 양도차익 자체는 약 147억8720만원입니다. 여기에 12억원 이하 분에 대한 비과세 금액 약 9억4891만원이 공제됩니다.  
1주택자가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경우 주택의 실지거래가액이 12억원 이하라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하거든요. 그런데 왜 12억원을 다 빼지 않느냐? 이건 거래가액에 따라 약간씩 금액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자 이제, 비과세 부분을 뺀 과세대상 양도차익은 약 138억3828만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아래 장특공제)'로 약 110억7063만원이 또 공제됩니다. 장석호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살던 집을 10년 뒤에 팔면 장특공제가 80%나 들어갑니다. 8년 만에 팔면 64%고요. 그럼 대부분 2년 더 기다려서 80%까지 공제받으려고 하겠죠. 그런데, 1주택자는 12억까지 비과세 해 주잖아요. 그럼 거기서 끝났어야 된다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15년 정도 보유하면 30% 공제해 줬는데, 그런 걸 계속 늘려와서 지금 이 상태가 된 거예요."
 
이렇게 장특공제분을 빼면 양도소득금액이 약 27억6765만원으로 훅 떨어집니다. 여기에 기본공제분을 제외하고, 세율 45%를 적용하면 납부해야 할 세액은 약 11억7838만원이 됩니다. 실제 양도 차익은 약 147억원인데, 세금은 약 12억원만 내면 되는 겁니다. 실질적인 세부담률은 7.97%밖에 되지 않습니다.  
같은 소득인데...고연봉 직장인 근로소득세는 '60억' 
 
이제 근로소득세도 살펴보겠습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아마 대기업 임원급일 겁니다)가 매년 약 18억4840만원의 연봉을 8년 동안 받을 경우, 총 근로소득은 약 147억8720만원이 됩니다.  
여기서 근로소득 기본공제를 매년 2000만원씩 받아, 8년간 총 1억6000만원을 공제받게 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근로소득에는 장특공제 같은 게 없죠. 바로 근로소득세 매겨봅니다. 국세청 홈택스의 근로소득 모의계산기를 활용해 계산한 결과, 매년 약 7억5583만원이 근로소득세로 빠져나가네요. 8년 동안의 액수로 계산해보면, 근로소득세로 총 약 60억4668만원을 내야 합니다. 세부담률은 40.89%에 이릅니다.  
똑같이 약 147억8720만원을 벌었는데, 내야 하는 세금은 너무나 다릅니다. 왜 집을 판 사람은 12억원만 내면 되고, 열심히 노동으로 돈을 번 사람은 60억원이나 내야 할까요? 
서울에 있는 초고가 아파트 1채 가진 사람과 지역에 있는 아파트 10채를 가진 사람이 집을 팔았을 때 내야 하는 세금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집 팔아 남긴 이익 더 적은데, 지역 아파트가 세금 더 낸다?
 

전용면적 245.2㎡인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 1채를 지난 2006년 4월 약 17억6300만원에 산 이후 10년 이상 실거주한 뒤 2025년 6월 약 130억5000만원에 판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양도 차익 약 112억8700만원에서 비과세 약 10억3788만원과 장특공제(80%) 약 81억9929만원을 제외하면, 내야 하는 세금은 약 8억5535만원에 불과합니다. 세부담률은 7.57%밖에 안 되죠.  
전용면적 115.635㎡인 대구시 ○○아파트를 2006년 4월 1채당 약 3억5800만원에 10채를 사들이고, 이 가운데 1채에서 10년 이상 실거주한 뒤, 2025년 6월 1채당 약 14억5000만원 총 145억원에 판 경우도 살펴보겠습니다.  
총 양도 차익은 약 109억2000만원인데, 실거주 1채에 대한 비과세 약 9억372만원이 공제됩니다. 여기에 실거주 1채에 대한 장특공제(80%)와 나머지 9채에 대한 장특공제(30%)를 계산하면 총 장특공제액은 약 30억9902만원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납부해야 할 세금은 약 25억5652만원이 되죠. 세부담률은 23.41%입니다.  
양도 차익은 대구시 ○○아파트가 약 109억원으로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 약 112억원보다 더 적은데, 양도세는 약 25억원으로 3배 가까이 더 내야 하는 겁니다.  
현금이 풍족하고, 세금을 아끼면서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서울 초고가 아파트,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고 싶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부동산 가액 기준으로 과세해야", "장특공제 줄여야" 
전문가들은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거나, 초고가 주택의 경우 1주택자라도 장특공제 비율을 줄이는 식으로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에는 과세를 세게 하고, 재산에 대해선 과세를 약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굳이 다주택자만 골라서 양도세를 중과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도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보유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며 "복잡한 세제 대신 부유세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도 "장특공제 주택 보유 기준을 15년에서 10년으로 줄이고, 공제율을 높이면서 초고가 1주택 소유자들에게 특혜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며 "장특공제 자체를 없애거나, 최소한 초고가의 경우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 비율도 다주택자와 같은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할 경우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아 집값이 묶이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면, 비과세 범위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선혜 대표기자